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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급작스러운 뉴스로 동해 상공을 야간 훈련 비행중이던F-15K 5번기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공군과 뉴스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45분께 대구기지를 이륙, 3기 1개 편대로 요격훈련을 실시하던중 코드레터 005번 기체가 8시20분경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상적인 비행이 유지되다가 갑자기 교신과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경우는 두가지 밖엔 없다.

1. 기체 이상 또는 결함으로 인한 추락 또는 공중 폭발.
2. Vertigo(공지착각)에 의한 추락.

흔히 사고후 가장 많이 의심받는 것은 기체결함과 '정비불량'을 꼽지만, 내 군 경험상 대한민국 공군에서 정비불량으로 기체가 고장나고 추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항공기 추락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 불행히도 죄없는 정비담당 기장이나 병사들이 뒤집어 쓰고 영창을 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전투기를 병사 수백명 보다 더 아끼는 한국공군의 분위기를 보건데, 갓 들여온 최첨단 새 전투기의 정비불량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번인 기체결함은 상당히 의심스러운 요인이긴 하다.
아무리 새 기체라 하더라도 결함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F-15K의 경우 자잘한 결함들이 이미 지적을 받고 발견이 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제조상의 결함은 비단 F-15K뿐만 아니라 어느 항공기에나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 다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고가 이 '기체결함'때문이길 애타게 빌고 있다.(조종사나 정비사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어 어느누구도 영창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다가 한국공군은 이를 빌미로 보잉에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고 받아낼 수 있다. 유가족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도 이쪽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2번이 사고의 원인이 아니길 간절히 빌지만, 실제 공군에서 발생하는 실종사고의 대부분이 이 Vertigo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암울하다.
공지착각은 말 그대로 하늘과 바다(또는 육지)를 착각해서 조종사는 하늘로 상승한다고 생각하고 조종간을 당기지만 실제로는 기체가 횡전한 상태여서 바다나 육지로 곤두박질 치는 상황을 말하는 전문용어이다.
실제로 하늘에서 보면 의외로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고 여기에 복잡한 공중기동을 하다보면 하늘과 땅의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쉽다. 일반인들이라면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조종사들은 이를 위해 수없이 반복되고 다양한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하도록 만들어진다.
다만, 이런 Vertigo는 의외로 베테랑 조종사들에게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데, 이것은 바로 베테랑 조종사들이 자신의 비행경력과 육감을 지나치게 믿는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비행기의 계기가 분명 파잇럿의 머리 윗쪽이 땅이라는 것(즉, 배면비행중)을 가르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는 자신이 조작한 비행기록을 믿으며 계기가 고장이 난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고속으로 비행하는 전투기가 야간 비행을 하고 있을때에는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계기와 자신의 육감밖엔 없는데, 바로 여기에서 오히려 신참 파일럿들은 계기를 믿지만 고참들은 기계를 믿기보다는 자신의 감을 믿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현재까지 발표내용으로 보아 실종직전까지 기체의 이상을 알리는 별다른 교신내용이 없었던 것(즉, 기체이상이나 정비불량으로 인한 트러블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그리고 Ejection(비상탈출)의 징후가 없는 것으로 공지착각이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아마 지금쯤 중부지방 모 기지에서 발진한 Rescue(탐색구조전대) 소속의 HH-47 치누크와 HH-60 헬리콥터는 포항 앞바다를 서칭하고 있을 것이고 구조대원들 역시 IBS 보트등으로 수면을 탐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추락지점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발견하면 차가운 바닷속으로 또 다이빙 해서 수색을 하겠지...

만일 사고의 원인이 Vertigo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가 난다면 당장 그 비행단은 초상집이 되어 버린다.
나 역시 공군 출신인데다가 과거 비행단 근무시절 F-4팬텀이 한해에 두대나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바 있어서 지금 비행단의 분위기가 어떨지가 눈에 선하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비행단에서 조종사의 과실은 그 소속 비행대대와 비행단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사고 비행대대는 비행이 금지되고 동기 조종사들은 폐인에 가까와질 정도로 우울증과 비행공포증을 겪게된다.
사고 조종사가 기혼자라면 그 미망인과 어린 아이는 조만간 군인 관사에서 쫒겨나듯 이사를 해야할 것이고, 부대 체육관등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눈물을 흘리는 동료 조종사들과 1일 2교대로 뻗치기와 분향위병을 맡아 허리 디스크와 무릎통증을 이를 악물고 참아가며 종일 막대기처럼 서있어야 하는 헌병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대충 사고 정리가 끝나고 나면 해당 비행단은 사고에 책임을 지고 공군 작전 사령부에서 직접 관할하는 최고 강도의 부대검열인 O.R.I가 찾아오게 된다.
O.R.I가 찾아오면 모든 근무와 훈련은 훈련소 시절보다 더 지독해지고 군인의 기본 복장과 암기사항, 정신상태, 전투훈련, 주특기 분야 검열등, 약 3개월동안 몸에서 군장들을 떼지 못하고 잘때도 전투복을 입고 자는등의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보통은 공군에 복무하는 3년동안 한번도 안겪거나 기껏해야 한번 받을까 말까한 O.R.I를 두번이나 경험했던 재수없는 군생활을 했던 나는 O.R.I라는 단어만 들어도 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번 사고가 결국 사망사고가 되어 버릴 경우, 지난번 원주 베이스 소속의 블랙이글 추락에 이어 F-15K의 실종까지... 원주와 대구 베이스 근무하는 공군병사들이 불쌍해진다. 물론 가장 안타까운 것은 덧없이 사라져간 전방석의 베테랑 조종사 김모 소령과 후방석의 이 대위일 것이다. 두 조종사의 무사귀환을 빌며, 만일 이미 안타까운 사고를 당해버린 것이라면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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