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미니어처 아티스트 김세랑입니다.
지난주에 발송한 작품을 준비하며 찍은 몇장의 사진을 통해 오래간만에 작업 업데이트로 인사드릴까 합니다.
저의 작가활동 30주년 기념작품인 쿼터 스케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주문작들을 제작중인 모습과 발송 과정을 몇컷 소개합니다.
먼저 제가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작업 일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저는 1990년대 부터 지금까지 총 다섯차례에 걸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나의 소재로 이렇게 여러 작품을 만든 것은 유일한 케이스인데, 이것은 제가 지난 30여년 넘게 우리나라 고대 군사사와 특히 이순신 장군에 대해 개인적인 공부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문헌 기록은 직접 남기신 '일기'가 있지만, 의외로 당시의 복장과 장비에 관한 유물과 자료는 충분치 않습니다.
직접 모델링에 들어가기 전, 그간 연구하고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구상을 하고 필요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당시 최고위급 무장의 투구나 갑옷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영화나 사극드라마, 박물관에서 보는 대부분의 무구류는 조선 말기의 것으로 왜란 당시의 장비는 아닙니다.
일례로 투구의 경우 저는 국내외에 산재한 총 46점의 투구 유물들을 조사하고 참고해 '왜란 당시 최고위급 무장이 사용했음직한 16세기 투구'를 새롭게 디자인 해야 했습니다.
투구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모든 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헤드는 강렬하고 역동적이며 거칠고 투박함을 강조해 조형했습니다.
양산품이 아닌 작가작의 가장 큰 미덕인 '작가의 해석과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이미 작품발표때 밝힌 바와 같이 명량해전 당시 장군이 처한 현실과 육체적 정신적 상태를 조형과 도색에 담아 표현합니다.
휘몰아치는 해풍 속에서 적개심을 가득 담아 이빨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적을 노려보는 장군의 모습입니다.
일부러 에어브러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한땀한땀 작가의 붓터치를 고스란히 담고 살려 색칠해 수채화나 유화 회화작품을 보는 듯한 질감을 살려 페인팅합니다.
조형은 맨 상태의 모습보다는 투구를 착용했을때 진정한 맛이 느껴지도록 의도해 제작되었습니다.
지난 30여년 작가생활을 대표하는 작품인 만큼 이 작품은 구상부터 조형, 캐스팅및 부자재의 수급, 소품의 제작, 의상, 페인팅까지 전 과정을 작가 본인인 제 손으로 합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미련한 방식입니다만, 30주년 기념작인데다가 '상품'이 아닌 '작품'을 표방하고 있기에 작품의 전체에 제 손길이 들어가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상 역시 제가 공부해온 내용을 토대로 어디서도 본 적이 없을 새로운 복식과 갑옷을 제시합니다.
실제 16세기 유물을 참고해 옷감의 문양 패턴을 디자인했고, 이 도안을 토대로 원단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푸른 청철릭은 16세기 칼깃의 짧은 철릭을 재현했고 모란당초문을 사용했습니다.
갑옷은 역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16세기 운보문단을 원단으로 사용해 제작하는데, 흔히 보는 두정갑이 아니라 조선 초기에 제도가 마련된 최고위급 갑옷인 두두미갑을 국내최초로 재현해본 것입니다.
두두미갑은 짧은 문헌기록과 목판화로 인쇄된 작은 그림으로만 전해지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정확한 형태나 규격을 알지 못하여 많은 부분을 작가의 연구와 해석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이전 세대의 갑옷과 이후 세대의 갑옷, 동시기 주변국의 유물등을 연구하고 참조해 제 나름대로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해석을 통해 두두미갑을 재현했습니다.
디자인, 원단제작, 패턴제작, 재봉, 부자재의 부착등 모든 과정을 직접 합니다.
사진에서 잘 보일지 모르겠는데, 두두미갑의 가장 큰 특징인 은색과 금색의 두정이 교차되어 배열되는 것을 문헌기록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완성된 갑옷에 장비들이 착용된 모습입니다.
상징적 기물인 아산 현충사 소장 충무공 장검이 아니라 실제로 이순신 장군님이 사용했음직한 환도의 디자인과 제작도, 활과 화살, 이를 수납하는 동개도 모두 실제 유물을 조사하고 연구해 재현했습니다.
모든 것에 있어 제가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존하는 가장 실제에 근접한 '16세기 최고위급 무장의 복장과 장비'라고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배송을 할때는 본체는 미리 세팅을 다 해서 파손이 없도록 잘 포장하고, 별도 포장이 필요한 파츠들은 개별포장하여 제 전용 패키지에 담아 보내드립니다.
작은 검은 상자에는 헤드가 별도 포장되어 담겨 있습니다.
저의 원작이 전쟁기념관 전시를 통해 발표되고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 왜 이렇게 오래걸리나 궁금하셨을텐데 믿고 기다려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주문작이 원작보다 더 멋지게 나오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혀둡니다.
원작, 즉 프로토 타잎은 제 머리속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것을 최초로 구현한 것이라서 여러 시행착오가 담겨 있습니다.
원작을 발표한 이후 소재와 제작방법, 디테일의 수정등이 있었고, 이에 완전한 원단과 부자재, 오류가 수정된 패턴, 안정된 제작방식등이 마련되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지난 30여년간 제 작업을 기념하는 작품을 선택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인사를 드리며 자주 업데이트를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주에는 작품의 각 요소별 세부 해설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김세랑 올림.

다음주에 드디어 홍범도 장군 흉상이 공개됩니다.
아무리 친일파가 다시 활개치고, 뉴라이트 인사가 독립기념관 관장이 되고,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 한다해도,
저는 제 방식대로, 모두는 각자의 방식대로 장군을 기억할 것입니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은 잘된 조형이지만, 초상 조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지나치게 경직되고 만주를 주름잡던 '날으는 호랑이' 홍범도 장군의 기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흉상이 반드시 이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장군의 흉상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군밤모자가 아니라 옛 러시아식 투구형 모자인 '부데노프카'를 쓰고 그 드림이 북풍에 휘날리는 모습으로.
청산리에 매복해 협곡으로 기어 들어오는 일본군의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공격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을 발사하는 대한독립군 사령관 홍범도의 모습으로.
왼팔은 미적으로 생략되었지만 오른팔을 묘사했기 때문에 Mouser C96 자동권총을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3D 모델링으로 만들면 편하고 빠르지만, 왠지 이번 작품의 소품은 모두 옛방식 대로 온전히 수작업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버스트(흉상)의 미덕은 대부분의 요소를 직접 작가의 조형으로 표현해 작가의 손길과 숨결을 깊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홍범도 장군은 산포수 출신으로 그 사격술이 뛰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총기를 다루는데 거침이 없었고, 소총 권총을 가리지 않았으며, 특히 그가 무장투쟁을 마무리하던 무렵, 스탈린은 그의 공로를 인정하며 은장 Mouser C96을 선물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쉽게도 이 선물받은 은장 마우저는 현재 전해지지 않지만 연해주에 거주중인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씨는 장군의 권총집을 집안의 가보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훗날 중국이 카피해 생산한 마우저 C96용 목함총갑에는 멜빵끈이 달려있지만, 외손녀께서 소장한 장군의 권총집에는 뒷면에 철제 클립으로 벨트에 직접 찰 수 있어 이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제국시대 투구에서 그 형태가 기원한 부데노프카는 러시아 내전 당시 애용된 모자로, 사병용부터 장교용까지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살인적인 추위를 견디기 위해 귀와 입을 모두 가리는 플랩(드림)이 존재하며, 평소에는 이를 접어 올려 착용합니다.
홍범도 장군의 사진이 불과 몇장밖에 되지 않고 촬영된 앵글이 제한적이어서 장군께서 정확히 어떤 형식의 부데노프카를 쓴 것인지 특정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뭔지 알 수 없는 군밤장수 형태의 모자를 쓴 것으로 묘사한 기존의 동상들은 고증상 오류입니다.
저는 장군의 사진을 분석해 최소한 형상만큼은 원형을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1/4스케일인 만큼 흉상이지만 그 크기와 볼륨이 상당해서 존재감이 뛰어납니다.
서스펜더에는 울장갑을 임시로 찔러 놓은 것을, 벨트에는 C96 권총의 홀스터와 모신나강용 탄클립 파우치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재현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장비는 아니지만, 전투중이라면 당연히 장비해야 하는 것이지요.
곧 완성된 작품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