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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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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 난 뒤늦게 갔던 군복무를 마치고 단 5일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사당동의 3층 건물 옥탑방...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땅에서 해가 넘어가도 찜통같은 깡통 옥탑방에 살며 종일 일하고 돌아와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낙이라고는 비디오를 빌려 영화를 보는 일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아무런 영화에 대한 정보없이 그저 영화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려와 보기시작했던 영화...
그러나 이 한편의 영화는 그날밤 내 눈물샘을 마르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벤>은 영화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심각한 알콜 중독자다. '아내가 떠나서 술을 마시게 된건지, 내가 술을 마셔서 아내가 떠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의 대사처럼 하여간 그는 입에서 술을 뗄 수 없는 인간이고, 결국 직장마저 잃게 된다.

공허한 나날들... 사랑과 일, 건강을 모두 잃은 벤은 퇴직금과 함께 자신에게 남은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처분해 마련한 얼마정도의 돈을 가지고 도박과 술의 도시- 라스베가스 -로 향한다. 운전을 하면서 보드카 한병을 병나발 불어버리는 극도의 주량과 내공을 과시하며 라스베가스로 온 그가 만난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창녀 <새라>.

둘은 극도의 외로움과 서로에 대한 묘한 끌림에 얽혀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알콜중독자에 곧 죽을지도 모르는 남자, 누구에게나 200~300$만 받아낼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포함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여자. 둘의 사랑은 처음부터 바닥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술을 마시면 죽어버릴 남자에게 고급스러운 휴대용 브랜디병을 선물하는 여자.
사랑하는 사람을 길들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그를 인정하는 여자에게 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잠시 사랑때문에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알콜 중독자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것. 항상 문제를 일으키고 미친듯이 술을 들이키는 벤은 결국 새라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새라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한 벤은 결국 그녀가 건네준 술 한모금과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며 테이블 위의 술병처럼 싸늘하게 식어간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그의 영혼은 평온해 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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