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연극제에서. 대학1학년 실기실에서 내 습작들과 함께. 잡지사 시절 모형색칠중 요즘 나는 다시 붓을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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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man 2008.02.05 08:37
글은 그런 측면에서 재료에선 많이 자유로운 것 같아요.
시각적 매체가 아니다 보니...
이글 무슨 볼펜으로 쓰셨어요? 이렇게 묻는 사람은 없으니 말예요.
사진은 종종 카메라가 뭐냐고 묻더군요.-
세랑 2008.02.05 20:55
항상 맥주 파인더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진과 글을 보면서 솔직히 왜들 그렇게 하드웨어에 집착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대포렌즈나 높은 셔터스피드 같은 것은 스포츠 사진이나 보도사진을 찍을때 외에는 거의 사용빈도가 없는데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분들이 웬 장비가 그리도 많은지... 물론 좋은 하드웨어가 있으면 훨씬 쉽고 즐겁게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사체를 바라다보는 촬영자의 마음자세와 시각이 아닌가 합니다. -
eastman 2008.02.06 15:35
글과 달리 사진은 기계에 종속적인 측면이 너무 많아서 그럴 거예요.
사실 볼펜 좋다고 글이 잘 써지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사진은 카메라와 렌즈가 좋으면 사진이 잘 나오는 측면이 많거든요.
그렇지만 장비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어요.
난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진학과에서 좋게 평한 사진과 내가 좋게 본 사진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를 봤어요.
그건 탄광촌의 사진이었는데 사진학과에서 좋게 평한 사진은 내겐 감흥이 없더라구요. 사진을 잘 찍은 건 분명하더군요.
내가 좋게 본 것은 그냥 내가 보던 탄광촌의 풍경을 가감없이 옮기면서 그 밑에 그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짧게 그 사람들의 말을 몇마디 적어놓은 것이었는데, 그때 그걸 보고 사진이란게 기록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담는 좋은 도구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그런 사진작가는 드문 것 같아요. 카메라와 렌즈를 별로 가리지 않는 작가 말예요. 장비가 많은 것을 좌우하다 보니 사진에선 더더욱 그런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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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2008.02.05 21:4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피가 마구 끓어오르시는군요~!!
으~~부럽사와요~!!
독일가기 전 저도 진짜 찍어내는 사람이어서 괴로워했더랬죠~(잘 찍어냈는지는 알수 없사오나...암튼 공장이나 다름없었죠~)
갔다와서 내가 그리고싶은데로 그렸는데 결과는 더 좋았습니다!
근데 요즘들어 또 찍어내고 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되돌아보거나 아예 컴을 안켜거나 하루종일 자면서 꿈을 꾸며 그것을 메모하거나 그러고 있답니다~
꿈을 저장하는 USB좀 나왔으면 좋겠어요~ㅎㅎㅎ-
세랑 2008.02.07 18:31
요즘 바둑이님 그림들 경쾌하고 아름다운 느낌입니다.
보기에 아주 좋아요^^
저도 꿈속에서 작품소재를 얻을때가 많습니다.
수면학적으로는 안좋은거라고 하긴 합니다만, 전 꿈도 잘 꾸고 아름다운 컬러와 복잡한 스토리를 가진 꿈을 많이 꾸죠.
매일 잠자면서 시즌이 거듭되는 드라마를 찍는 셈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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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X 2008.02.06 10:07
권교수님이라고 우리나라 지형학의 대가 한 분이 계세요.
연세도 일흔 넘기셨을겁니다.
이 분이 수십년 지리 인생을 담은 소박한 사진집을 하나 내셨는데
제가 우연히 그 책을 발견하고 참 묵직한 뭔가를 느꼈죠.
그런데 이 분의 최근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제야 지형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모든 것이 좀 더 분명해질거라 기대했습니다.
좀 더 단단해지고, 적어도 이렇게 저렇게 불안하지는 않는...
그런데 여전히 주소도 없이 길을 찾고 있어요.
모형계에서 김세랑이라는 이름 석자가 차지했던 무게...
그것에서 벗어나 모형을 즐길 권리가 김세랑에겐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게 또 있더라구요.
김세랑이 모형에서 어딘가에 이르렀건 그렇지 않건 간에
오래전 미술 선생님이 꼬마 김세랑에게 출발점이 된 것처럼
모델러 김세랑 때문에 길을 나선 이들이 지금 어디선가 가고 있을 겁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오주석 선생 책을 보니
박물관에서 전시할 때 관람객에게 꼭 보여주고픈 아끼는 도자기가 있었는데
어느 중년 여성이 그 도자기 앞에서 한동안 멈춰서서 꼼짝을 못하더래요.
그렇게 있던 여성이 전시장을 나서더니 그 도자기가 눈에 아른거려서
다시 들어와서 한 번 더 보고 가더라는, 그 얘기가 기억납니다.
완벽한 기술을 자랑하거나, 틈 잡을 없는 완성도를 가진 작품도 좋지만
왠지 그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마음을 건드리는,
돌아서려니 눈에 아른거려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뭐 그런...
모델러 김세랑의 전화점이 어떤 작품들을 선보일지...
김세랑의 팬들은 함께 지켜보고 느끼며 살아가는거죠.-
세랑 2008.02.07 18:34
항상 힘이 되고 도움이 많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우리 아저씨X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마 나중에 혹 누군가가 저에 대한 평이나 논문을 써주는 고마운 일이 생긴다면 단연 그 분야의 1인자는 아저씨X님이 될겁니다^^
마지막에 해주신 박물관 에피소드에 나오는 그런 작품을 저도 꼭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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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hy 2008.02.08 14:09
'잘 만들고 싶지 않다 라니 흑흑 T_T 그런 배부른 소리가!!' 라고 소리치려던 찰나 구구절절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 지네요. 좋아하는 일이 자기 직업이 되는것은 무척 신나고 고마운 일이면서도 안좋은일이기도 하죠. 자칫 좋아하던 일이 싫어져버릴 위험이 있으니깐요.
전에 만드신 한국전쟁 디오라마의 어린동생을 업은 여자아이 피겨가 참 그런 울림이 있었어요. 제 아이가 생겨서 더 그렇게 보이기도 했겠지만 그 나이에 그런 세월을 보내야했던 당시 아이들이 보여서 한참을 봤습니다. 이미 그런 작품을 만드셨으니 이제 다시한번 도약할 세랑님의 작품세계가 기다려지네요. 너무 부담 가지진 마시구요 ㅇㅎㅎㅎ-
세랑 2008.02.08 22:43
안녕하세요? 멀리 미국에서나마 즐겁고 소중한 설 명절을 보내고 계시길 기원합니다.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젠 더이상 잡지 발행인이나 모델러라기 보다는 계속 무언가 자신의 생각을 발산하는 '창작인'이 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겠지만, 지난 2년간의 고민끝에 나온 결론은 전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지지리 궁상떠는 인간'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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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2008.02.11 09:43
고향집에 쌓아두고 생각나면 한번씩 다시보는 취미가...
그 중 몇권은 세랑님의 작품이 너댓작품씩 기사화된 것들이 있더군요...
정말 대단했어요...정말로...
하지만 세랑님이 건강과 생각에 따라 당연히 쉬어야 하겠지만, 아쉬운 것은 세랑님의 뒤를 이어 네오를 발간해 줄 분들이 그토록 없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정말 무거웠겠지요. 그 짐...
세랑님이 내려놓으니 아무도 대신 짊어지지 않는 그 짐...
그 짐을 누군가와 나누어 지고 즐겁게 다시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참~ 플래툰에서 모델로 나오시던 모습... 다시봐도 멋지더군요~-
세랑 2008.02.11 21:03
언젠가 국내에서 다시 모형지가 나올 수 있는 정도로 저변과 깊이가 성숙해지면 누군가가 또 모형지를 만들겠죠.
군복 모델 시절의 이야기는 창피하니 이제 그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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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aille 2008.02.12 19:49
모형쪽만큼이나 어려운 음반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작년 혜화동 연합전에 눈동냥하러 들렀다가 스쳐지나 뵌 적이 있습니다.
음악이 열정이었던 시절 이걸 바라며 살았는데,
이로써 밥술을 뜨게되니 늘 그렇듯 열정보다는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모델링으로 간간히 도피하며 삽니다.
아마도 어떤 모습이시더라도 그 열정은 간직하는 방법을
아시는 분이니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시겠지요.
부담스럽지 않으시다면 음반 몇장 보내드릴수도 있는데
메일 한번 주십시오. bataille@empal.com 입니다.
음악들이 취향에 맞으실런지는 모르겠지만요 ^^;-
세랑 2008.02.13 03:22
안녕하세요? 답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음악 하시는 분이군요.
제 주위에도 직업으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그중에는 잘 나가는 분도, 언더에서 활동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게 무슨 대수입니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시는 분들은 제겐 다 멋진 분들입니다.
만일 귀한 음반 제게 들을 기회를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행히 음악이라고 하면 장르를 거의 가리지 않고 들을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 노래패 활동을 했기 때문에 무척 좋아합니다.
꼭 음악을 들을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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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덕 2008.02.13 18:46
세랑님이 앞으로 쏟으실 그 '노력'이 단순히 모형을 잘만드는것이 아닌 뜻이있고 감성이 담긴 창작물로 남으시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도 언젠가 베트남전 리인액트 등에서나 기회가 되면 뵙고싶고 항상 건강하시고 또 세랑님 다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됩니다.
그럼 :)
추신: 저기 위에 녹색 외투를 입으신 사진에 혹시 m69 방파편조끼 를 입으신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