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NG WORLD


"전쟁 심각하게 직시할 수 있는 작품 지향"


<포화 속으로> 군사자문 김세랑


군사전문잡지 기자·미술 전공 경력… 전쟁영화 만드는데 핵심적 역할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김세랑 씨는 <포화 속으로>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이다. 

카메라 앞뒤로 바쁘게 움직이는 그가 돌격을 앞둔 북한군들에게 호령하기에 "무술감독이냐"고 물었더니 "군사자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역할은 군인들의 자세를 교정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는다. 당시 의상과 소품을 고증하고, 시나리오를 감수하고, 현장에 전쟁이 잘 재현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군과 전쟁에 관련된 일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그의 몫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직책을 '밀리터리 테크니컬 슈퍼바이저'라고 부른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역할이지만, 김세랑 씨가 군사자문을 맡은 영화는 이미 여럿이다. <광시곡>, <아나키스트>,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그의 "간섭"을 거쳤다.


김세랑 씨의 이력은 군사자문의 역할을 잘 설명해준다. 그는 15년간 군사전문잡지 기자로 일했으며, 미술을 전공한 피규어 아티스트다. 군과 전쟁에 대한 전문 지식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역사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전쟁영화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에게 한국의 전쟁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묻다 보니, 이야기의 범위는 한국사회가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으로까지 넓어졌다.


군사자문이라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이번 영화의 경우에는 시나리오 작업부터 참여했다. 감독과 작가가 잘 모르는 군, 전쟁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예를 들면 전투의 실제 상황, 대사에 들어가는 군사 용어, 전투시의 동선 같은 것들이다. 의상이나 소품을 확인하고, 군인 역할 배우들을 '훈련'시키는 일도 했다.


군 문화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데, 그런 디테일이 중요한가.


-소소한 디테일이 모여서 결국 그 영화의 역사인식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주인공 형제가 처음에 입고 나오는 군복은 상의는 일본군, 하의는 미군의 것이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물자가 부족했던 상황을 나타낸다. 일제 시대에 남은 일본군복을 재활용한 것이다. <포화 속으로>의 학도병 중에는 한복 바지에 군복 상의를 입는 등, 제대로 된 군복을 입지 못한 이들도 많다. 이는 당시의 혼란을 의미하는 시각 효과다. 한국전쟁은 초반에는 뒤죽박죽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체계가 잡히는 전쟁이었다.


군과 전쟁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많은 이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들으면 '전쟁광'으로 오해한다.(웃음) 하지만 전쟁에 대한 관심은 곧 역사에 대한 관심이다. 전쟁에는 이념의 부딪힘이 있는가 하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시발점이 되는 등 우연성도 있다. 분노와 슬픔, 사랑 등 사람들의 감정이 극대화되는 드라마틱한 상황이기도 하다. 많은 문화적 걸작들이 전쟁 시기에 탄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배울 거리가 많은 역사적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군과 전쟁에 대해 연구, 수집하기는 어떤가.


-관련 기록을 역사로 보존하려는 문화가 없다. 예를 들면 예전 군복은 작업복, 텐트, 넝마로 융통되는 경우가 많다. 전쟁기념관에도 잘못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정치적 혼란도 이렇게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입장이 역사적 판단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것 같다.


좋아하는 전쟁 역사 관련 책이 있나.


-<난중일기>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영웅으로만 기억하지만, 이 책은 그를 한 인간으로 조명하게 한다. 전투장면보다는 부하들과 내기 활쏘기를 하거나 술 먹으며 회식한 장면이 더 많다.(웃음) 그리고 이순신 장군은 전쟁 내내 병을 앓고 있었다. 광화문에 있는 동상과는 달리, 키는 컸을지언정 수척했을 것이다. 마르고 눈만 번쩍번쩍한 중늙이 정도?


군사자문으로서 어떤 전쟁영화를 지향하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초반에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이 나온다. 군인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광경을 잔인할 정도로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잘 만든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전쟁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쟁을 심각하게 직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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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원섭 2010.07.09 17:22 address edit/delete reply

    안녕하세요...대구의 이원섭입니다
    늦게 인사드리네요...잘 지내시죠..요즘은 저도 바빠 서울엔 자주 못가...뵐일이 많이 없었던 같네요,,좋은 작품 많이 만드시고 보여주세요 그리고 건강 잘 챙기세요....
    또 한번 들리겠습니다....

  2. 김승완 2010.07.14 22:56 address edit/delete reply

    안녕하세요^^ 김승완입니다. 건강하신지요...

    말씀 중에 전쟁기념관 얘기가 언듯 보여서 생각 난김에 염치없이 질문 한개만 올립니다...^^;

    전쟁기념관 전시물들을 보면 요즘은 개선된 것도 많지만 아직 말도 안되는 전시물들과 설명들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는 전시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이 없는걸까요...?
    혹시 외부인이 개인적으로 기증을 한다거나, 전시물에 대한 수정사항을 건의하면 받아들이는 시스템 같은 것은 없는지...

    아무래도 세랑님께서는 예전에 책 만드시면서 전쟁기념관 측과 많이 접촉 하셔서 혹시 내부 사정을 좀 아시지 않을까 해서 여쭤 봤습니다. ^^;
    (이런 질문은 사실 기념관측에 질문하는게 옳겠지만...혹시 무슨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세랑님께 먼저 한번 여쭤봤습니다.)

    전시물들 보고 있으면 어떨때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좀 바꿔주고 싶은게 종종 보이는게 안타깝기만 합니다...ㅜㅜ

    • serang 2010.07.15 05:26 신고 address edit/delete

      안녕하세요 승완씨.
      오래간만이네요^^
      전쟁기념관에도 전문가들은 계시지요.
      모두들 군사전문가들이긴 한데 아무래도 접근하는 방법이 밀리터리 매니아들과는 좀 다릅니다.
      무엇보다 전쟁기념관이 퇴역군인들이 주된 구성원이다보니 아무래도 무척 행정편의적이라는게 주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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