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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2
    일요일, 광릉의 숲에 취하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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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참 인정머리 없는 도시다.
전세계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멋진 강과 산으로 둘러쌓인 도시이면서도 정작 도심에는 나무그늘을 찾아보기가 힘들고 아픈다리를 잠시 쉬어갈 벤치조차 없으며, 그나마 간혹 있더라도 삭막한 시멘트나 철, 돌덩어리로 만들어진 벤치가 고작이다.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에게 서울은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인도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그래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 많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다.
서울에서 의정부-포천방향으로 40분 정도 가다보면 나타나는 광릉.
수목원으로 유명한 이곳은 사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와 그의 비 정희왕후 윤씨를 모신 왕릉이다.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헌인릉과 마찬가지로 왕릉주변은 예로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이 쉽지않고 관리가 잘 되어 오래된 고목들이 많고 많이 훼손되지 않아 호젓한 기분으로 숲을 거닐기에 알맞은 곳이다.

일요일이라 한가로운 도로를 달려 광릉으로 들어서자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가느라 바이크의 평균속도는 30~40Km로 뚝 떨어지게 되었고 끈적거리는 땀을 흘리게 만드는 헬멧도 벗어 버렸다.
혹 헬멧 안쓴다고 뭐라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신호등도 경찰도 없고 차선도 불분명한 이 숲길을 다니며 숲의 소리와 바람이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끼지 않을꺼라면 뭐하러 여기까지 오겠는가?
뒤에서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차들이 있으면 수신호로 얼른 추월해 가라고 손짓하며 나는 여전히 조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북이 운행을 하며 숲의 기운을 쪽쪽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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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을 벗어나면 곧바로 오른쪽으로 제법 거대한 사찰 하나가 있다.
원래 절을 둘러보거나 절밥을 얻어먹거나 하는 것을 즐기는 나지만, 여긴 초장부터 금칠로 단청한 일주문을 보는 순간 흥미를 잃어 버렸다.
원래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지는 명찰중의 하나라는데, 정작 수차례 소실후 모두 근대에 시멘트등으로 새로 만들어진 사찰인데다가 중생을 보살피고 이치를 깨닫는 본연의 모습보다는 각종 물품을 판매하고 시주받는데 열을 올리는 곳이라는 냄새를 팍팍 풍기는 곳이었다.
부처님 앞에 죄송하긴 하지만 재수없어 보는둥 마는둥 지나쳐 버리고 옆을 보니 그나마 제법 널찍한 연지가 있어 잠시 머물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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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시주할 형편이 못되는 평범한 우리 어머니들은 그저 이렇게 작은 돌멩이를 쌓아 올려가며 부처님께 빌고 또 빈다.
내가 만일 부처님이라면 이 어머니들의 마음이 훨씬 더 갸륵할터다.

나오는 길에 온갖 수상경력이 화려한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국수집에서 김치말이 국수를 시켰다.
보통 이렇게 홍보에 열올리는 집들 치고 진짜 맛집은 드문데, 여긴 진짜 맛있다! 땡잡았다!!
시원하고 고소하며 삼삼한 김치말이 국수 한그릇을 미친듯이 해치우고는 행복한 포만감에 담배 한대 입에 물고 있자니...
"아무래도 내 팔자 너무 늘어져 보이는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배시시 웃고만다.
오해들 마시라.
나 이제 바이크 한대와 배짱 하나 빼고는 가진거 아무것도 없는 개털이다.
이런걸 보고 '거지의 행복'이라고 하던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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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더라통신 2007.06.12 21:23 address edit/delete reply

    버르장머리 없는 도시인거죠 ㅎㅎ

    • 세랑 2007.06.13 17:57 address edit/delete

      버르장머리가 심하게 없죠^^

  2. dal001 2007.06.13 02:13 address edit/delete reply

    늘어져 보이는데요 ㅋㅋ 농담입니다 거지의 행복이라 그 행복 한 편에는 허하죠 늘 항상
    근데 국수만 드시나봐여 ? ㅋㅋ
    매일 습관처럼 세랑님 홈페이지를 들어오게 됩니다 늘 새로운것을 보이기 위해서 올때마다 느끼지만 실망을 안 시키시네요
    그리고 세랑님 작업실 한번 구경가 보고싶네요 기회가 되시면 위치좀 ....

    • 세랑 2007.06.13 17:59 address edit/delete

      여름에는 거의 면을 많이 먹습니다.
      제가 원래 몸에 열이 많아서 더운 음식을 잘 못먹어요.
      겨울에는 상관없지만 여름에는 냉면, 쫄면, 김치말이 국수, 콩국수, 모밀국수같은 찬 음식으로 연명합니다^^
      작업실은 삼청동 오시면 들러주세요. 조만간 약도 올리지요.

  3. maniaplus 2007.06.14 11:17 address edit/delete reply

    퇴원했습니다.
    작업실을 이전하셨군요?! 와우!!
    깁스에 싸인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싶었는데,
    무슨 병원이 무선인터넷도 제공하지 않더라구요!!

  4. 영우 2007.06.14 20:20 address edit/delete reply

    아아악!!!
    김치말이 국수!!! 너무 맛나 보여요!!!
    특히 저 계란!!! 저는 약간 반숙인 상태가 좋아용~ ^^

    • 세랑 2007.06.15 15:28 address edit/delete

      ㅎㅎㅎ 진짜 맛있었단다. 국수에 들어가는 계란은 반숙이 좋지~

  5. 이한수 2007.06.15 14:33 address edit/delete reply

    그래도 문화적 혜택은 충만한 동네죠...

    이 곳 광주는 뭘 하려고 해도 없는 게 많아요...

    그래도 길 막히지도 않고 나름대로 초록 빛을 띄는 곳이 많으니....서울 보다 낫다고는 생각해요..하하~

    • 세랑 2007.06.15 15:30 address edit/delete

      대도시의 장점이라면 장점이 무언가를 즐기거나 하기엔 좋다는 것이긴 하죠.
      다만 조금이라도 인간냄새가 나는 도시였으면 하는 바램인 것 뿐입니다.

  6. 쇠돌이 2007.06.19 09:52 address edit/delete reply

    OTL 냉면이 먹고싶어여 ㅠㅠ

    • 세랑 2007.06.20 05:34 address edit/delete

      흑흑~ 한그릇 말아 드셔요~ 그것도 힘들면 동경 시내의 한국음식점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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