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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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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온지 이제 만 일주일.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을 확인하는 일은 이제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다행히도 오늘 제주는 아주 맑게 개어서 한라산을 오르는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제주도에 와도 맑은날에 한라산을 오르기 힘들다는 제주 사람들의 말처럼 아무래도 오늘은 행운의 날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 제주시에서 유명한 도깨비 도로쪽으로 접어들면 일반국도 99번, 이른바 1100도로가 나타납니다. 1100도로는 말 그대로 한라산 중턱인 해발 1100고지까지 올라갈 수 있는 도로로, 한라산의 동쪽을 관통하는 516도로와 더불어 한라산 서쪽 허리를 지나갑니다. 길이 경사가 가파르고 굽이가 심해서 사고도 많이 난다는 말을 많이 들은지라 조심조심 접어들었는데 사방을 뒤덮은 전나무와 삼나무에 압도 당하고 말았습니다. 해안도로와는 또다른 멋과 분위기로 마치 유럽의 숲속을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멋진 도로입니다. 제주시로 돌아갈때는 516 도로를 탔죠.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제주마 방목장이 있어서 그런지 말이나 소가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위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사슴이나 노루등의 야생동물도 많아서 운전할때 조심해야 합니다. 한라산에는 유난히 까마귀가 많습니다. 덩치도 엄청나게 커서 몸통이 고양이 만한 까마귀들이 곳곳에서 울어댑니다. 제가 산행코스로 잡은 루트는 한라산을 오르는 네개의 루트중 영실코스입니다. 가장 짧은 코스이고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 오르진 못하지만 절경중의 절경이 펼쳐지는, 관광객들에게 주목받진 못하지만 진짜 멋진 코스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허위허위 오르다보니 까마득한 절벽에서 한가로이 배를 채우고 있는 사슴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목이 타면 시원한 약수도 마시고 말이죠.

영실기암들의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까마득한 절벽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압도해 버립니다. 어림잡아 눈대중으로 보아도 직벽의 높이가 200~300m는 되보입니다. 비가 올때는 이 절벽의 곳곳이 폭포로 변해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영실기암의 측면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한라산 자락을 따라 곳곳에 솟아있는 제주의 오름들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1100고지에서 출발해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1시간 30분 정도...해발 1600고지 정도가 되면 이제 슬슬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합니다. 발아래로 흐르는 구름과 굽어 보이는 제주와 바다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한라에는 등산로 곳곳에 야생화초들이 천지입니다. 종류도 많고 하나같이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서 이 꽃들만 보아도 한나절은 충분히 보낼 수 있을겁니다.

높이 오를 수록 나무들의 키는 작아지고 고사목과 주목들이 나타납니다. 먼 옛날, 한라가 뜨거운 용암을 토해내다가 갑자기 굳어버린 용암 덩어리들이 곳곳에 나타나며 마침내 한라의 주봉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막상 주봉을 눈앞에 두고 보니 마저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산행은 해발 1700 고지까지만 허용이 됩니다. 한라산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산길이 막힌지 15년이 넘었다고 하네요. 현재 백록담에 오를 수 있는 코스는 2개뿐입니다. 이 거대한 산에 오르고 나니 이번엔 더 거대한 구름이 마치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모습으로 버티고 서있습니다. 대자연의 권능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모습입니다.

1700고지에서 앉아 주변을 한참 바라봅니다. 올라오는 길은 제법 경사가 심하고 돌계단이라 중간에 몇번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의외로 1650 고지부터 마지막 50여 미터는 마치 넓은 초원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 위에 다시 백록담이 있는 주봉이 우뚝 솟아 있지요.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이 넓은 곳에 30여분 동안 거의 저 혼자 있다시피 했어요. 행복했습니다^^

사실 아래 소개한 펜션에 지내는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기에 제대로 포스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을 노트북에 연결해 모뎀속도로 로그를 작성하고 있지요. 로그쓰기 전에 저녁을 먹었는데, 그동안 비싸고 혼자 먹기에는 2인분 이상만 팔아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그러나 너무 먹고 싶었던 갈치조림을 먹었습니다. 싱싱한 제주 은갈치 한마리를 온전히 잡아 무와 감자, 대파를 썰어넣고 매운 양념으로 조려낸 갈치조림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이 맛있었습니다. 제가 꼬맹이였을때도 갈치는 너무 비싸서 어머니께서 정말 큰맘을 먹어야 갈치 한토막 사오셔서 이렇게 조려주시곤 했는데, 바로 그때 그맛이었습니다. 내일은 그동안 머물렀던 제주를 떠납니다. 더 봐야할 것도 있고 머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마냥 눌러앉을 수 만은 없는데다가 주요 관광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아 여유로운 관광이 되지 못할듯하여 미처 못돌아본 곳들은 겨울에 한번 와서 보고싶습니다. 나갈때는 완도로 나가 남해를 거쳐 동해로 갈지, 아님 곧바로 부산으로 가서 올라갈지 아직 결정을 못했습니다. 내일 제주항에 나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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