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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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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하나에 십수만원 하는 개새끼들 전용 먹이가 불티나듯 팔리는 세상이라서 <들개>라는 단어의 뜻조차 무의미해져가는 요즘이지만, 갈빗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목울대에 각이 져서 그르렁 댈때마다 앙상한 가죽이 꿈틀대는 들개의 모습은 내겐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이다.
처연할 정도로 본능과 야성에 빛나는 두 눈은 한밤중에 더욱 푸른 귀기를 띄며 빛나고,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앞발을 슬쩍 땅에서 뗄라치면 온몸이 오그라드는 공포를 풍기는 들개...

그림이 더이상 그림이 아니라 배춧잎사귀 다발같은 지폐화 되어가는 요즘 들개와도 같은 그림, 들개와도 같은 그림쟁이들을 만나는 것은 마치 도심속에서 들개를 만나는 것 보다도 더 힘든 일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지지리 궁상 해프닝과 촌티를 곱빼기로 휘감고 명품과 함께 철지난 팝아트를 외치는 자칭 '아티스트'들이 난무하는 요즘 미술계에 1981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1991년에 이 책을 읽으며 전율에 몸을 떨어야 했던 이야기는 이제 너무나 낡은 이즘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예술지상주의라는 말이나 배고픈 예술가로써의 전형성을 위해 자신의 겉모습을 만들어 가는 행위들을 극도로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외수 아저씨의 분신과도 같은 이 책과 내용에 등장하는 '그'의 광기에 가까운 그림에 대한 집착은, 배고픈 들개의 누런 이빨에 심장을 물려버린 것 마냥 숨막히게 꽂혀온다. 20년이 훨씬 넘은 이 책을 십수년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집어든 것은 우연치 않은 대화중에 떠올린 까닭이기도 하지만, 한때 너무나도 절실하게 매달리던 내 열정을 다시 끄집어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들개: 이외수 지음. 1981년 초판발행. 2005년 재판. 286쪽. A5
AND
1996년 4월, 난 뒤늦게 갔던 군복무를 마치고 단 5일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사당동의 3층 건물 옥탑방...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땅에서 해가 넘어가도 찜통같은 깡통 옥탑방에 살며 종일 일하고 돌아와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낙이라고는 비디오를 빌려 영화를 보는 일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아무런 영화에 대한 정보없이 그저 영화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려와 보기시작했던 영화...
그러나 이 한편의 영화는 그날밤 내 눈물샘을 마르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벤>은 영화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심각한 알콜 중독자다. '아내가 떠나서 술을 마시게 된건지, 내가 술을 마셔서 아내가 떠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의 대사처럼 하여간 그는 입에서 술을 뗄 수 없는 인간이고, 결국 직장마저 잃게 된다.

공허한 나날들... 사랑과 일, 건강을 모두 잃은 벤은 퇴직금과 함께 자신에게 남은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처분해 마련한 얼마정도의 돈을 가지고 도박과 술의 도시- 라스베가스 -로 향한다. 운전을 하면서 보드카 한병을 병나발 불어버리는 극도의 주량과 내공을 과시하며 라스베가스로 온 그가 만난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창녀 <새라>.

둘은 극도의 외로움과 서로에 대한 묘한 끌림에 얽혀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알콜중독자에 곧 죽을지도 모르는 남자, 누구에게나 200~300$만 받아낼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포함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여자. 둘의 사랑은 처음부터 바닥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술을 마시면 죽어버릴 남자에게 고급스러운 휴대용 브랜디병을 선물하는 여자.
사랑하는 사람을 길들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그를 인정하는 여자에게 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잠시 사랑때문에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알콜 중독자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것. 항상 문제를 일으키고 미친듯이 술을 들이키는 벤은 결국 새라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새라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한 벤은 결국 그녀가 건네준 술 한모금과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며 테이블 위의 술병처럼 싸늘하게 식어간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그의 영혼은 평온해 졌을까?
AND
너도 나도 개성을 외치고,
개개인의 능력과 고유의 감성을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단조롭고 규칙적이며 칙칙한 무채색의 도시와 세상 속 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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