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편제의 후속편격이라 할 수 있는 천년학은 송화와 동호의 관계와 소리를 찾아가는 소리꾼의 처연한 인생이 깊게 새겨져있는 영화다.
삼청동을 둘러보고 난 뒤 대한극장에 가서 천년학의 마지막회를 봤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이 내가 그중 젊은 축에 속했고 대부분 중년 이상의 어른들 몇분만이 극장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십수년전에 서편제를 개봉날 마지막회를 봤었는데, 그날의 극장 풍경도 이와 같았다.
영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정일성 촬영감독의 유장하고 아름다운 화면과 임권택 감독 특유의 질박하면서도 무뚝뚝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분명 영화는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스토리와 배경에 대한 설명에 인색하고 관객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흔히 '따분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0편의 영화를 만들어 낸 노감독은 화려한 화면구성과 연출보다는 그 연륜이 느껴지는 은근한 뚝심을 선보인다.
송화의 소리를 벗삼아 세상을 떠나는 노인의 죽음을 하늘로 비상하는 벗꽃잎으로 묘사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장면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옅은 황사가 약간 있긴 했지만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유난히 포근하고 맑게 느껴진 일요일.
오전 내내 집에 있다가 오후에 바이크를 타고 삼청동길 기행을 나섰다. 옷차림도 가볍게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본 삼청동은 인사동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 좋은데, 이젠 완전히 유원지가 되어버린 인사동의 1990년대 말 모습과 흡사하다.
경복궁은 한가로운 오후의 분위기를 그대로 머금었고 지난밤의 빗줄기에도 꿋꿋하게 버틴 벗꽃은 꽃잎을 하늘에 흩날리고 있다.
궁의 지엄함을 상징하듯 버티고 선 단단한 화강석벽과 단풍잎이 가로지르는 소박한 민가의 벽은 서로 다른 주인을 섬기고 있다.
10여년 전에 내가 보았던 삼청동의 모습은 바로 이 집과도 같았다.
온전히 전통적인 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70년대식 새마을 운동의 빨갛고 파란 기와집도 아닌,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집'이 바로 삼청동 한옥마을의 이미지다.
삼청동도 요즘은 반짝 붐이 불어 수많은 건물과 가게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머지않아 인사동 처럼 될 것이 분명하지만, 반나절 동안 돌아본 이 동네는 그나마 서울에서 사람냄새를 풍기고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몇 안되는 곳중의 하나였다.

오전 내내 집에 있다가 오후에 바이크를 타고 삼청동길 기행을 나섰다. 옷차림도 가볍게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본 삼청동은 인사동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 좋은데, 이젠 완전히 유원지가 되어버린 인사동의 1990년대 말 모습과 흡사하다.
경복궁은 한가로운 오후의 분위기를 그대로 머금었고 지난밤의 빗줄기에도 꿋꿋하게 버틴 벗꽃은 꽃잎을 하늘에 흩날리고 있다.


온전히 전통적인 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70년대식 새마을 운동의 빨갛고 파란 기와집도 아닌,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집'이 바로 삼청동 한옥마을의 이미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