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왕의 흉상작업이 한동안 다른 작업으로 진행이 느리게 이루어졌는데, 그래도 꾸준히 작업한 결과 70% 정도의 진행률을 보이게 되었다.
헤드를 완성한 직후부터 진행된 몸통의 작업은 갑옷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형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기술적으로도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라서 속도가 나지않는 고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갑옷은 작은 철편을 가죽끈으로 연결한 기병용 미늘갑옷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물론이고 출토유물이나 가야, 백제등의 주변국 유물에서도 거의 동일한 것이 출토된 바 있으며, 견갑, 흉갑, 경갑을 묘사한다.
광개토태왕은 대단히 실전적이고 무인의 기질이 강한 제왕이었이므로 제왕의 갑옷이라 해도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화려하지 않은, 실전적인 갑옷을 착용한 것으로 설정해 기병용 갑옷에 약간의 장식성을 추가하는 정도로 컨셉을 잡았다.
갑옷미늘은 좌우겹침 기본원형과 마감용 미늘원형등 원형 세종을 만든뒤 복제해서 이어붙이는 방법으로 재현했고, 고구려와 가야 갑옷의 독특한 특징인 목을 보호하는 경갑은 스컬피를 빚고 깎는 작업을 통해서 모양을 잡았다.
드라마등에서는 삼족오가 고구려의 상징으로 등장하지만 벽화나 기록들을 통해 볼때 삼족오를 제왕의 상징으로 쓰진 않았고, 오히려 이 시기의 고구려는 천하의 중심이자 천손의 나라이며 황제국가임을 천명하기 위해 황룡을 제왕의 상징으로 사용했므로 갑옷의 중간에 두마리의 황룡장식을 추가했다.

지난주 초만 해도 마당의 단풍나무 잎이 여전히 푸른색이라서 '왜 이 나무는 단풍이 들지 않지?'하고 이상해 했는데, 지난주말과 이번주 들어 푸른물이 쏘옥 빠지며 붉고 누르게 물이 들더니 이내 마당을 수북하게 덮기 시작했다.
먼곳의 단풍은 걸으며 고개를 들어 즐기게 되지만 눈앞의 단풍은 이렇게 바닥에 떨어진 잎들을 보며 즐기는 것이 더 감성적인 것 같다.
단풍나무가 색색의 물감을 뚝뚝 떨구니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이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화려함을 떨구고 시린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나무의 결연함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무야 잎을 떨구고 북풍을 온몸으로 받아 낸다고 하지만 세상의 정치적, 경제적인 한파는 어찌 이겨내야할지... 그 해답이 쉽지만은 않다.

크기도 작은데 내가 미쳤지.
그냥 쭉 편 날개로 만들면 편할 것을 왜 반쯤 접은 날개를 만들어서 이 고생을 하는지...
한번 만들고 맘에 안들어서 만든거 싹 밀어내고 다시 만들었는데, 날개 한면 묘사하는데 평균 두시간.
네면을 묘사해야 하니 산술적으로도 8시간 이상이 걸린다.
실제로는 할일 하며 조금씩 하다보니 이틀째 이 날개를 잡고 있다.
지루하고 괴로운 작업이지만 나중에 완성해서 색칠을 할때를 기다리며 조금씩 완성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