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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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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벼르고 벼르던 빈센트 반 고흐전에 다녀왔습니다.
반드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유명한 그 이기에 서울 시립미술관은 미술 전시회가 아닌 시장판 처럼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다녀본 미술전시중 가장 사람이 많은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미술학도 시절, 고흐는 여느 미대생에게나 그랬듯이 마음속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림 속으로 빠져들고 싶을 만큼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별이 빛나는 밤]은 물론이고 눈부시게 화려한 [해바라기], 그리고 귀를 자른 고흐의 자화상은 철없는 예비작가의 가슴을 미치도록 휘저어놓는 최고의 걸작이었습니다.

그의 예술과 삶을 탐닉하다가 그가 세상을 떠난 날짜인 7월 29일이 제 생일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는 마치 고흐의 영혼이 내게 들어오기라도 한듯이 전율에 떨었더랬습니다.
물론, 그의 생몰연대는 저와는 큰 차이가 나므로 사실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내 영혼속에는 고흐의 정신이 들어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덕분에 미술을 하게된 것은 운명이다 라는 황당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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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중의 하나는 그가 생전에 했던 말 한마디였습니다.
"내 그림이 물감튜브 한조각 값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알게될 것이다"
 
피를 토하듯 외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 처절한 고백은 고흐의 삶과 정신세계를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림을 그린 평생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외톨이였으며, 살아 생전에 단 한점의 유화를 팔았고 미치광이 소리를 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입니다.
마치 화폭과 싸움을 하듯 찍고 그어댄 물감으로 만들어진 그의 [자화상]과 [담배를 문 해골]이 묘하게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그는 평생 삶과 세상, 그리고 자신의 영혼과 싸워가며 죽음과 구원을 노래했습니다.
밋밋한 인쇄물이나 리프린트가 아닌 실물로 대한 그의 그림은 평면임에도 평면이 아니었습니다.
'전투적인' 그의 붓터치는 화면에 나무를 세우고 풀을 자라게 했으며 바람이 불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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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사진을 통해 그저 고운 정물화쯤으로 알고 있었던 붓꽃그림인 [아이리스]가 그토록 처절한 그림일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날이 서듯 선명한 원색과 각진 터치는 광기어린 색과의 싸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오늘, 그의 그림들을 실제로 보기전까지 내 머리속에 있는 고흐의 이미지는 '카드뮴 옐로우' 였습니다.
태양과도 같이 강렬한 노란색은 대표작인 [해바라기]를 비롯해 고흐의 그림 곳곳에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늘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고흐의 그림은 냉철함의 상징과도 같은 '코럴 그린'이 곳곳에 들어있었고, 특히 그의 '블루'는 마치 심연과도 같은 슬픔을 가득 담은 블루였습니다.  

고흐의 그림에서는 그의 고통과 슬픔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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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이번 전시에서 제가 가장 감명깊게 본 작품은 바로 이 작품입니다.
[비탄에 잠긴 노인]은 고흐의 작품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색이 많지 않은 작품입니다.
병원을 연상시키는 흰벽을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 몸서리치는 슬픔에 얼굴을 가린 이 노인의 모습에서 전 고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잔인하리만큼 소외되고 외로왔으며 미치도록 간절했던 그의 예술세계를, '제발 좀 나의 세계를 알아달라! 나는 미쳐버렸다!' 라고 절규하는 고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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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예술계에서 '불멸'이라는 호칭이 허락되는 인물은 단 두명뿐입니다.
장애와 무관심과 싸워 이겨낸 불멸의 음악가인 악성 '베토벤', 그리고 정신과 삶을 모두 저당잡힌채 예술혼을 불사른 '고흐'입니다.

오늘, 그 '불멸의 영혼' 고흐의 열정이 절 설레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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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랑월드를 통해서 참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게 됩니다.
통신선을 타고 흐르는 이 미묘한 인연들은 종종 사람들을 상처받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마음이 따듯해지는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이원 시인님께서 빗방울과 함께 선물 을 보내주시더니, 이한수님이 메탈 스티커를, 이번에는 bataille님께서 또 값진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음반회사에서 일을 하시는 bataille님께서 아름다운 음악들을 한가득 보내주셔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입니다.
이 아름다운 소리와 시간들을 선물해주신 bataille님께 무한감사를 드리며, 어찌 보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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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하나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20여년전, 난생 처음 서울에 발을 디디며 서울역에 내린후 바로 보게 된 숭례문은 내게 '아, 여기가 바로 서울이구나!' 라는 감흥을 선사한 위대한 건축물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사 공부를 하며 한없이 초라한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리에 분통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그나마 이런 건물들이 남아 있는 것이 어디겠는가 하며 스스로 위안을 하고 내심 뿌듯해 하곤 했었다.
임란당시 일본에 의해 훼손되고, 병자년에는 불태워지며, 다시 일본에 의해 무차별로 파괴되는가 하면 개발이란 명목하에 마구잡이로 변질되어 버린 우리 문화재들중 그나마 그 원형을 유지한 몇 안되는 서울의 자랑이 바로 숭례문 아닌가.

태조께서 조선을 창건하며 세워진 도성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남문인 숭례문은 지독히도 불운한 한국사의 아픔을 모두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진정 당당한 우리 서울의 상징이었고 그래서 '나라의 가장 보배로운 물건' 제1호가 될 수 있었다.
숭례문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아래의 사진에서 보듯 600여년간 백성들과 삶을 같이 해온 '벗'이었다.
숭례문 주위에는 백성들의 삶이 펼쳐지는 상가거리가 있었고, 그것이 곧 지금의 남대문 시장이다.
100년 전만해도 숭례문은 백성들 삶의 터전이자 한낮의 찌는 태양을 막아주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며 늘 그곳에 서있는 보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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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숭례문으로 나와있지만 앞에 반원형의 옹성구조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흥인지문(동대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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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은 임진왜란, 병자호란같은 대란에서 살아 남았고, 잔혹한 일제에 의해 헐려버린 돈의문(서대문)과 같은 참사도 피할 수 있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우뢰와같은 폭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었다.
그런 숭례문이 불타버린 것이다.(아래 사진은 한국전쟁중의 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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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은 함경도 백두산에서, 어떤 것은 바다의 비바람을 견뎌내며 자랐을 낙락장송에 제를 올리고 그것을 베어 육로로, 때로는 물길로 올라와 껍질을 켜내고 먹줄 한번 튕겨 대패질을 하던 대목장의 손길이 고스란히 뭍어있던 600년 전통의 건물이 단 몇시간만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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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은 단순히 불에 타고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다.
불길이 그의 속살을 태우며 나는 흰 연기는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는 절규였고, 날름거리는 불꽃속의 선명한 단청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 처럼 보였다.
마침내 그 지붕이 무너질때, 나는 6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녀온 그의 죽음을 보았다.
더이상 그의 명예와 혼백을 훼손치 말아야 한다.

감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최소 600년, 아니 수천년을 당당히 버티고 서있을 수 있는 새로운 몸을 그에게 주어야만 600년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그의 혼백이 다시 그곳에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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