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후 수개월후인 2003년 여름, 난 일본 오사카의 엑스포 랜드(일본 만화 20세기 소년에서 '친구랜드'로 나오는 바로 그곳!)로 날아 가서 3m X 3m 짜리의 베이스위에 1/144 스케일 모빌슈트 160여대가 들어가는 초대형 디오라마를 만들어야 했다.
일본의 내놓라 하는 모델러들은 물론이고 그 어떤 프로젝트 팀에서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했던 프로젝트를 나와 후배 어시스트 둘이서 해치워 버린 것이다.
그리곤 이어서 다시 동경으로 날아가 1:1 스케일의 건담 반신상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기획진행및 메카닉 부분 디테일 메이커로 일을 했다.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던 이 작업은 대신 내게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자국내에서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한국에 있는 내게 맡긴 것도 내 도전의지를 불태웠었지만, 반면에 완성후 한국인이 만든 것이 분명해질 수 밖에 없는 제작자 명판을 달기 싫어하는 모습에서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실감하기도 했다.
커스텀 바이크 프로젝트가 끝나가는 지금, 수년전에 일본모델러들의 콧대를 한번 꺾어 보겠다며 악에 받쳐 하루 20시간의 중노동을 감수하던 그때가 불현듯 떠오른다...
건담 뮤지엄의 1:1 스케일 건담앞에서. 당시 작업하며 건담의 원작자인 토미노 감독과 일본의 유명 모델러 맥스 와타나베씨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지금 이 작품들은 일본 동경의 외곽에 있는 건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지난번에 테스트 드라이빙을 마치고 나서 발견된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멋진 포지션을 위해 만들어진 시트의 각도가 너무 높고 하드해서 엉덩이가 아프고 몸이 뒤로 밀려나는 현상이라던가 수납공간의 부재, 냉각장치의 이상등이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부분들에 대한 보강 작업을 해왔는데, 그중 대부분이 오늘자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먼저 성능과 관련이 있진 않지만 일종의 디테일 작업입니다. 수공으로 만들어진 연료주입구 캡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도난을 방지할겸 장식성도 높일겸 연료탱크와 주유구 캡을 잇는 체인을 달았는데, 이태원 길거리에서 산 팔찌를 변형해 달아 주었습니다. 시트는 기존에 만든 것이 너무 아깝고 고생스럽게 만든 것이라 브라켓 부분만 다시 만들어서 연료탱크와 연결되는 앞쪽을 좀더 낮게 세팅했습니다. 포지션이 더욱 안정적이 되었고 가속할때 가속G에 의해 몸이 뒤로 밀리는 현상을 줄여줍니다. 아울러 측면 실루엣도 보다 날렵해 졌네요.
이번 테스트 주행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냉각수의 오버히트 현상이었습니다. 수냉식 엔진이라서 냉각수가 엔진을 순환하며 열을 식혀주게 되는데, 엔진이 심하게 열받을 경우 냉각수가 과열되어 분출하는 현상이었습니다.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본 결과 냉각수통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원인으로 밝혀져서 원래는 보조 연료통으로 쓰려했던 차체 오른쪽의 통 역시 냉각수통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양쪽의 통을 투명 호스로 연결해서 온도에 따른 내부압력 차이를 이용, 엔진이 열받아 오버히트를 하면 다시 통에 물이 차오르며, 열이 식으면 다시 빨아 들이는 과정이 투명 호스를 이용해서 육안으로 다 보이게 됩니다.
이번 바이크는 잡다한 장식들을 없앴기 때문에 다른 바이크들 처럼 헬멧이나 장갑을 수납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가운데의 둥그런 통이 수납공간이긴 합니다만, 여기엔 정비에 필요한 공구들을 넣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라이딩 장비를 수납할 약간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새들백'을 달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할리데이비슨 같은 바이크에는 금속징이 마구마구 박힌 커다란 가죽가방같은 것을 달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수납함을 달기도 하지만 Raptor에 그런게 어울릴리가 없죠. 가지고 있던 가방을 이용했는데, 거칠고 투박하지만 빈티지한 멋이 풍기는 밀리터리룩의 가방을 약간 개조해서 전용 새들백을 만들어 달아주었습니다.
Raptor의 상징이 될 명판을 자작해 달아 주었습니다. 명판은 벨로시랩터의 두개골 화석사진을 이용해 도안을 만든뒤 필름을 뜬뒤 동판을 부식해서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에칭기법을 이용한 황동명판은 1910~40년대의 오래된 올드 바이크들에서 많이 보이는 방식입니다.
이제 주요 작업과 마무리를 모두 끝내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랩터입니다. 다음주에는 구청에 가서 바이크를 등록하고 나면 이제 타는 일만 남았습니다. 문제는 이놈의 비! 장마와 태풍이죠^^
먼저 성능과 관련이 있진 않지만 일종의 디테일 작업입니다. 수공으로 만들어진 연료주입구 캡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도난을 방지할겸 장식성도 높일겸 연료탱크와 주유구 캡을 잇는 체인을 달았는데, 이태원 길거리에서 산 팔찌를 변형해 달아 주었습니다. 시트는 기존에 만든 것이 너무 아깝고 고생스럽게 만든 것이라 브라켓 부분만 다시 만들어서 연료탱크와 연결되는 앞쪽을 좀더 낮게 세팅했습니다. 포지션이 더욱 안정적이 되었고 가속할때 가속G에 의해 몸이 뒤로 밀리는 현상을 줄여줍니다. 아울러 측면 실루엣도 보다 날렵해 졌네요.

이번 테스트 주행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냉각수의 오버히트 현상이었습니다. 수냉식 엔진이라서 냉각수가 엔진을 순환하며 열을 식혀주게 되는데, 엔진이 심하게 열받을 경우 냉각수가 과열되어 분출하는 현상이었습니다.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본 결과 냉각수통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원인으로 밝혀져서 원래는 보조 연료통으로 쓰려했던 차체 오른쪽의 통 역시 냉각수통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양쪽의 통을 투명 호스로 연결해서 온도에 따른 내부압력 차이를 이용, 엔진이 열받아 오버히트를 하면 다시 통에 물이 차오르며, 열이 식으면 다시 빨아 들이는 과정이 투명 호스를 이용해서 육안으로 다 보이게 됩니다.

이번 바이크는 잡다한 장식들을 없앴기 때문에 다른 바이크들 처럼 헬멧이나 장갑을 수납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가운데의 둥그런 통이 수납공간이긴 합니다만, 여기엔 정비에 필요한 공구들을 넣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라이딩 장비를 수납할 약간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새들백'을 달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할리데이비슨 같은 바이크에는 금속징이 마구마구 박힌 커다란 가죽가방같은 것을 달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수납함을 달기도 하지만 Raptor에 그런게 어울릴리가 없죠. 가지고 있던 가방을 이용했는데, 거칠고 투박하지만 빈티지한 멋이 풍기는 밀리터리룩의 가방을 약간 개조해서 전용 새들백을 만들어 달아주었습니다.

Raptor의 상징이 될 명판을 자작해 달아 주었습니다. 명판은 벨로시랩터의 두개골 화석사진을 이용해 도안을 만든뒤 필름을 뜬뒤 동판을 부식해서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에칭기법을 이용한 황동명판은 1910~40년대의 오래된 올드 바이크들에서 많이 보이는 방식입니다.

이제 주요 작업과 마무리를 모두 끝내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랩터입니다. 다음주에는 구청에 가서 바이크를 등록하고 나면 이제 타는 일만 남았습니다. 문제는 이놈의 비! 장마와 태풍이죠^^


어제부로 제 바이크의 제작업체인 맷블랙에 공식적인 랩터의 완성 공지와 맷블랙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떴네요. 아직 자잘한 마무리와 테스트 주행후 나타난 수정 사항들에 대한 작업이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 디테일 사진들을 한번 올려 봅니다.
앞부분은 세로 배열의 트윈 라이트를 채택해 동물적이면서도 사이버 펑크적인 분위기가 함께 들게 됩니다. 가로 그릴은 주행시 종종 날아드는 작은 돌멩이에 의해 램프가 부서지는 것을 막기위해 2차대전 당시 독일군 바이크에 장착되던 것에서 컨셉을 따온 것입니다. 날카롭고 강한 이빨형상의 앞부분은 바이크의 이름인 '랩터'의 어원인 공룡 벨로시랩터의 머리를 연상케합니다. 스피드 메터는 클래식하고 올디한 느낌에 맞춰 작고 단순한 아날로그 메터를 장착했습니다.
그립은 가죽을 칭칭 감아 마무리 했습니다. 손에도 잘 달라붙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날카로운 클러치와 브레이크 레버는 예전에 모터크로스 선수시절부터 제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그라인더 들고 제가 직접 자르고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뒷휀더는 연료탱크의 디자인과 컨셉이 이어지며, 이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텐덤을 고려한 보조 시트가 부착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스텝과 리어 브레이크 페달은 맷블랙의 닥터머신님의 솜씨입니다.
마치 공룡의 근육을 연상시키고, 한편으로는 매트릭스의 메카닉들 처럼 사이버 펑크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배선과 넥(Neck) 부분입니다. 시트는 스폰지 같은 충진재가 전혀없이 철판에 가죽만 한겹 씌운 것인데 가뜩이나 익스트림한 리지드 프레임과 더불어 제 엉덩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걸음걸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차체 프레임 오른쪽에 붙은 은색의 알루미늄 통은 보조 연료통입니다. 여기에 휘발유를 채워넣고 다니다가 연료통이 비게 되면 주유소까지 갈 정도의 기름을 공급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왼쪽에 부착된 통은 냉각수통으로 육안으로 간단하게 식별이 가능한 아날로그 튜브식 게이지를 채택했습니다. 고장날 일도 없고 시각적으로도 멋집니다.
완성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자잘한 잔손질이 남아있고 저 역시 실제로 타보며 앞으로 조금씩 커스터마이징을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시트 바로 아래의 동그란 수납통의 측면에 붙을 명판을 자작하고 있습니다. 에칭부식으로 제작해 달게 되므로 붙이고 나면 또 인상이 달라지겠죠?
듣고 계신 음악은 전세계의 바이크 매니아들에게 Chopper에 대한 불을 질렀던 영화 EasyRider의 수록곡인 Born to be Wild입니다.

앞부분은 세로 배열의 트윈 라이트를 채택해 동물적이면서도 사이버 펑크적인 분위기가 함께 들게 됩니다. 가로 그릴은 주행시 종종 날아드는 작은 돌멩이에 의해 램프가 부서지는 것을 막기위해 2차대전 당시 독일군 바이크에 장착되던 것에서 컨셉을 따온 것입니다. 날카롭고 강한 이빨형상의 앞부분은 바이크의 이름인 '랩터'의 어원인 공룡 벨로시랩터의 머리를 연상케합니다. 스피드 메터는 클래식하고 올디한 느낌에 맞춰 작고 단순한 아날로그 메터를 장착했습니다.

그립은 가죽을 칭칭 감아 마무리 했습니다. 손에도 잘 달라붙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날카로운 클러치와 브레이크 레버는 예전에 모터크로스 선수시절부터 제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그라인더 들고 제가 직접 자르고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뒷휀더는 연료탱크의 디자인과 컨셉이 이어지며, 이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텐덤을 고려한 보조 시트가 부착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스텝과 리어 브레이크 페달은 맷블랙의 닥터머신님의 솜씨입니다.

마치 공룡의 근육을 연상시키고, 한편으로는 매트릭스의 메카닉들 처럼 사이버 펑크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배선과 넥(Neck) 부분입니다. 시트는 스폰지 같은 충진재가 전혀없이 철판에 가죽만 한겹 씌운 것인데 가뜩이나 익스트림한 리지드 프레임과 더불어 제 엉덩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걸음걸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차체 프레임 오른쪽에 붙은 은색의 알루미늄 통은 보조 연료통입니다. 여기에 휘발유를 채워넣고 다니다가 연료통이 비게 되면 주유소까지 갈 정도의 기름을 공급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왼쪽에 부착된 통은 냉각수통으로 육안으로 간단하게 식별이 가능한 아날로그 튜브식 게이지를 채택했습니다. 고장날 일도 없고 시각적으로도 멋집니다.

완성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자잘한 잔손질이 남아있고 저 역시 실제로 타보며 앞으로 조금씩 커스터마이징을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시트 바로 아래의 동그란 수납통의 측면에 붙을 명판을 자작하고 있습니다. 에칭부식으로 제작해 달게 되므로 붙이고 나면 또 인상이 달라지겠죠?

듣고 계신 음악은 전세계의 바이크 매니아들에게 Chopper에 대한 불을 질렀던 영화 EasyRider의 수록곡인 Born to be Wild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