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형 제작기로 인해 잠시 쉬었던 '세남자의 남해 여행기' 그 네번째입니다.
거제도에서의 밤이 지나고 일출을 보기위해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때 일행이었던 S씨가 찍은 도촬사진(?)입니다.
그날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사진이죠.
해가 뜨고 나서 차를 타고 해금강으로 향합니다.
숙소에서 약 40분 정도 가야 하는데, 가는 도중에 보이는 아름다운 남해 풍경에 자꾸 가던 길을 멈추고 이렇게 사진기를 꺼낼 수 밖에 없습니다.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갈대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줍니다.
예전엔 식당같은데를 가면 남태평양 바다 사진들이 달력으로 많이 걸려있었죠.

보면서 감탄하고 저런 바다를 한번 봤으면 좋겠다며 꿈을 꾸곤 했는데, 남해는 그에 못지 않습니다.
동해는 파란 빛이 강한 바다이고 황해가 특유의 누런 빛깔이라면 남해는 단연 비취빛의 보석같은 바다입니다.
파도가 떠미는대로 몸을 맡긴채 수만년을 구르며 갈고 닦은 몸매를 뽐내는 돌멩이들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모습과 빛깔을 띄고 있습니다.
바람의 풍화와 파도에 의한 침식이 만들어낸 이 장엄한 아름다움은 비록 그 크기는 작지만 그랜드캐년에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라스트 씬 촬영지로 유명한 '외도'입니다.



사유지인 관계로 배삯외에도 입장료를 받아 입맛이 떫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한번쯤 들려봐도 좋은 곳입니다.
주인 내외분들이 무인도였던 이 섬을 사들여 정성스럽게 가꿔서 환상적인 정원으로 만들어 놓았죠.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인공적인 느낌이 강해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도 했지만, 수십년에 걸쳐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놓은 부부의 열정과 노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외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아름다운 정원이나 예쁜 건물이 아닌, 외도 관광코스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이 압도적인 경치입니다.


개발을 하지 않은채 놔둔 이 부속 섬과 한없이 푸른 바다가 주는 감흥은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도 더욱 큰 감동을 줍니다.


간만에 신나게 작업한 랩터 제작도 이제 슬슬 제작의 종착점이 보입니다.
공정상 색칠후에 해야하는 배션류에 대한 약간의 디테일업과 머플러의 제작만 빼면 모든 제작이 끝난 공정 95%의 사진입니다.

갈고리 형태의 장식 사이에 위치한 연료게이지에는 나중에 용액을 채우거나 특수처리를 통해 연료가 들어있는 표현을 해줄 예정입니다.
연료탱크 밑, 정확히는 탱크 아랫쪽의 프레임에 엮여있는 배선류를 재현하고 캬뷰레터의 조절 코드도 만들어 줍니다.
플라스틱 봉을 열을 가해 가공해 만들었고, 연료탱크에서 캬뷰레터로 이어지는 연료공급 라인도 만들어 줍니다. 중간에 투명한 연료필터가 달리게 되므로 투명한 플라스틱 봉을 열을 가해 늘여 만든 부품으로 재현해 줍니다. 연료탱크에서 나오는 선은 코일선을 감아 표현하고 배관 고정 브라켓은 황동판을 가공해 만듭니다. 공구통 앞쪽으로는 키를 꼽는 시동장치도 만들어 넣었습니다.
모양을 바꿔서 달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그래서는 지금까지의 작업이 의미가 없어서 최대한 실제 형태에 가깝게 만들되 약간 변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머플러만 마무리 되면 곧 색칠작업 사진을 올리게 될 듯 합니다. ^0^


처음에 만들기 시작할때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지나쳐버린 것 같아서 뒤늦게 원래 키트와의 비교사진을 올려봅니다. 타미야의 1/6 스케일 FXE1200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전형적인 스탠다드 포지션의 할리 데이비슨 키트입니다. 일단 검정색의 프레임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시면 이번 작업의 내용을 쉽게 짐작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상 엔진과 휠을 제외하면 모든 부위를 개조하거나 다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바퀴 뒷쪽에 위치하는 언더카울의 자작입니다. 철사와 플라판을 이용해 만들고 나중에 발판의 조립과 색칠을 고려해 실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탈착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미처 마무리를 하지 못한 가죽을 감은 그립을 재현해 완성했습니다.
시트 아랫쪽에 붙어 있는 공구통입니다. 기본통은 문구용 딱풀통을 잘라 만들었고 실물과 같은 방식으로 열리고 닫을 수 있도록 경첩과 잠금쇠를 자작해 보았습니다. 사무용 침핀과 황동판을 자르고 접어서 만들었습니다.
라디에이터 양옆에 붙는 냉각수 통입니다.


볼펜대를 자른 것과 플라판, 런너조각, 사무용 침핀등을 사용해 재현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라디에이터 오른쪽의 냉각수통은 두개의 볼트로 고정되므로 실제구조대로 장착이 가능하고 왼쪽의 것은 가죽 벨트로 채우게 되므로 나중에 이 가죽벨트를 만들어 달 예정입니다.
튓바퀴 양옆에 위치한 보조 발판입니다.


플라판을 이용해 실물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었고 미끄럼 방지 요철도 재현해 봤습니다.
캬뷰레이터와 에어크리너 필터의 개조입니다.

수직형의 캬뷰레이터를 가진 랩터의 발칸엔진과 수평형의 캬뷰레이터를 채용한 할리의 엔진은 그 방식이 달라서 고민을 했는데, 옆으로 툭 튀어나온 에어크리너 필터 역시 랩터의 모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원래 할리 엔진의 캬뷰레이터 형태를 개조하고 자작한 오픈형 에어 크리너 필터를 달아 만듭니다.
수냉식 엔진을 쓰는 랩터의 냉각수 펌프입니다.

플라스틱 봉과 플라판, 런너 조각등으로 자작했습니다.
발판이 들어가게 될 발판 마운트 부분의 제작 사진과 왼쪽 냉각수통을 매달게 될 브라켓의 자작 모습입니다.
시동 상태를 조절하는 쵸크레버를 자작해 주었습니다.
키트에 들어있는 브레이크 디스크판은 완전히 평평한 민자 판이 들어있습니다. 브레이크 작동시 과열을 막고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뚫려있는 구멍들이 전혀 묘사되어 있지 않아서 일일히 핀바이스를 이용해 뚫어줍니다.









원래 작업스타일이 머릿속으로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보고 일단 만들기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만드는 편이라서 내친김에 작업을 좀더 해봤습니다.
Part.2에서 보여드릴 부분을 요약하자면 라이트 하우징 주변부의 제작인데, 원래 랩터의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이 세로로 두개 달린 라이트와 뾰족한 라이트 하우징입니다.
실제 랩터를 만들때는 밴딩된 강철 파이프로 프레임을 만들고 강철판을 판금해 단뒤 CNC정밀가공한 라이트 케이스등으로 이뤄집니다만 이를 모형에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는 두꺼운 알루미늄 철사를 휘어 프레임을 만들고 플라판을 열가공해 측면패널을, 원래 키트의 머플러 부품 일부를 잘라서 가공해 라이트를 만듭니다.
형태가 중요하고 제작공법상 난해한 구석이 있어서 꽤나 고생한 부분입니다.

고무부품은 가공도 안되고 색칠도 안되기 때문에 과감히 버리고 핸들바를 몽땅 자작해 줍니다.
핸들바는 플라스틱 런너와 알루미늄 봉을 결합해 만들고 스로틀 레버는 분리해서 안쪽에 철심을 박아 작동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브레이크와 클러치 레버 역시 플라판으로 깎아 만들었고 브레이크액 통과 각종 스위치류, 핸드바 링마운트 역시 모두 자작입니다.
라디에이터에 그릴망을 추가했습니다. 가로로 댄 지지대는 나중에 언더카울이 이어질 자리입니다.

키트에는 바이크를 세우는 스탠드가 들어있지만 작동방식이 장난감같은 방식이고 랩터의 그것과는 각도등이 많이 달라서 기존 스탠드 부품을 랩터에 맞게 가공해 새로운 마운트를 만들고 스프링을 걸어서 실물처럼 작동하게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랩터다운 모습이죠?
이제 언더카울과 보조석, 에어크리너 필터, 각종 디테일업등을 남겨두고 있으니 전체 제작과정중 65% 정도는 온 것 같습니다. Part.3도 기대해 주세요.


이제 슬슬 조금씩 무언가를 만들어도 되겠다 싶어서 오래간만에 모형제작기를 포스팅 합니다.
그동안 쉬면서 만들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좋을 것 같아 손이라도 풀어본다는 의미로 기존의 프라모델을 개조하는 스크래치 빌드 모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침 12월에 세계인형대축제에 참가하게 되어서 액션피겨와 함께 전시할 1/6스케일 바이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고, 기왕 만들 것이라면 제 바이크인 랩터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베이스가 되는 키트는 타미야의 1/6스케일 할리 데이비슨 FXE1200 수퍼 글라이드입니다.
제 바이크는 카와사키의 발칸800을 베이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발칸의 경우 1/6스케일로 모형이 나와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고 애초에 랩터를 만들때 할리엔진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모형으로나마 '할리엔진을 탑재한 랩터'라는 컨셉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대로 진행합니다.

모형이긴 하지만 제작과정은 실제 랩터를 만들때와 완벽히 똑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엔진과 프레임의 일부, 휠과 프론트 쇽업 쇼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분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시작은 프레임 부터입니다. 뒷쪽 쇽업 쇼버가 없는 고정식 차체인 '리지드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은 기존의 프레임을 자르고 각도를 바꾸며 연장하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프론트 포크의 각도를 눞히기 위해 Neck의 각도를 꺾고 차체 뒷부분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주된 작업입니다.



원래 키트의 휀더 부품 일부를 개조해 달고 플라판과 철사를 이용해 랩터만의 독특한 휀더 형태를 만들어 나갑니다. 가운데 달린 동그란 공구통은 직경이 맞는 파이프를 찾다가 문구용 딱풀통을 잘라서 만들었습니다.

뾰족한 라이트 하우징과 더불어 랩터의 상징과도 같은 부분이기에 최대한 실물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100% 플라판을 가지고 자작했으며 그 과정은 실제 랩터를 만들때 금속판을 판금해 만들어 가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색칠및 제작의 편이성을 위해 실물과 같은 방식으로 차체에 결합할 수 있게 만듭니다.

두꺼운 철판을 판금해서 복잡한 다중 곡면으로 만들어진 실제 랩터의 시트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플라판에 열을 가해 손으로 모양을 잡아가며 휘어 만들고 다듬어 줍니다. 시트 스프링은 볼펜 스프링을 사용하고 실물과 마찬가지로 진짜 가죽을 잘라 붙여준뒤 고정 리벳을 재현하는데, 일일히 구멍을 뚫고 사무용 침핀을 박은뒤 잘라내서 재현합니다.


라디에이터는 할리엔진을 쓰는 이상 필요가 없는 부분이지만(할리는 라디에이터가 필요없는 공랭식 엔진입니다) 이게 없이는 랩터의 모양을 완성할 수 없고 아랫쪽 카울을 달 수가 없으므로 고증을 떠나서 만들어 줍니다. 차체 안쪽에 달릴 퓨즈박스도 만들어 줍니다.




거제도는 남해에서도 무척이나 큰 섬입니다.
애초 무계획으로 떠난 여행인지라 처음에는 거제도가 얼마나 큰 섬인지 모르고 왔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죠. 거제도의 명소인 해금강 근처에 숙소를 잡았었고, 잠을 자다가 새벽에 일출을 보러 바닷가로 나섰습니다. 어둑하던 하늘이 잠시 밝아지나 싶더니 여명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변을 도는 여객선의 선원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입니다.

하늘에 구름이 붉은 기운을 머금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수평선 아랫쪽에서 붉은 덩어리가 등장합니다.
그 강렬한 기운을 암시하듯 바로 윗쪽의 구름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 붉게 타는 태양이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렬한 태양과 구름, 그리고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만나 황홀함의 극치를 맛보게 합니다.
10여분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일출의 감동은 시커먼 사내 세명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세 남자의 여행기는 아직도 계속됩니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안습 제대로다!
분명 나올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나오니 아이팟 터치의 활용도가 천배쯤 높아져서 개발자 분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이제 아이팟 터치는 더이상 MP3플레이어나 동영상 기기가 아닌 진정한 PDA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의 진정한 PDA이었던 애플 뉴튼의 부활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한글 키보드를 사용하게 만들어준 서정준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겠다.
서정진씨 홈페이지및 키보드 설치방법은 다음 주소로 가시면 된다.
이 키보드는 일본어 자판을 변형해서 만든 것이라 아직은 약간의 버그도 있는데, 극히 일부 안 쳐지는 글자가 있거나 터치의 모션센서를 이용한 가로보기중에는 한글 키보드가 나타나지 않는 문제등이 있다.
Tip1. 위의 사이트에 나오는대로 했는데도 안된다는 분들중에는 맨 마지막 과정인 '다른 언어로 수정'이라는 항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전 과정을 통해 일본어 키보드가 선택되어 있으므로 키보드 설정을 다시 '영어'로 바꿔주면 된다.
Tip2. 이 키보드의 기본 서체는 명조체로 되어 있는데, 아래 링크 게시물을 참고하여 파일을 교체해주면 명조체가 아닌 고딕체의 키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랬습니다.
제가 있는 삼청동에, 도둑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어찌나 실력이 좋은지 사르락~ 사르락~
들릴듯 말듯한 소리만 내곤 쥐도새도 모르게 다녀갑니다.
다행입니다.
그 자그마한 소리를 들어버려서요.
살포시 문을 열고 나가니 차가운 솜덩어리들이 얼굴을 적십니다.
한발짝 한발짝 도둑님을 찾아 나섭니다.
어찌나 민첩한지 방금전에 찍은 내 발자국을 이내 차가운 솜털로 덮어버립니다.
마음이 슬픈 도둑님이 밤새 눈꽃을 피우곤 도망갔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포로들을 수용했고, 반공포로의 석방과 사상전향을 거부한 포로들의 폭동으로 '또다른 전선'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던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들리기로 한 것이다.
입구광장에는 거대한 상징 조형물이 서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가슴에 와닿는 조형물은 아니다.
리얼리즘적인 동상을 세우고 싶었다면 좀더 사실적이고 처절하게, 그게 아니라면 좀더 함축적이고 예술적 감성을 담아 조형물을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 남자의 여행기는 여전히 계속됩니다.

겨울을 코앞에 둔 지난주 목요일 밤, 세 남자가 모여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내가 말을 꺼냈다.
"우리 여행이나 갈까? 사천 박물관에 있다는 쎈츄리온이랑 T-34보러. 어때?"
평소 각자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모형제작이라는 공통점과 각기 살아가는 인생이야기를 하기 좋아해서 뜻이 맞던 우리는 내 뜬금없는 말에 일제히 눈을 반짝이며 쳐다본다.
"갈까?" - 나.
"가지 뭐." - J씨.(전 A모형사 근무. 현재 의류업을 하며 중국 광저우 거주중)
"좋다, 가자!" - S씨.(영상/음반업계 종사자)
다음날인 금요일 저녁, 우리는 번잡한 여행준비나 계획도 없이 그저 몸만 밴 한대에 싣고 서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경남 사천시 KAI-한국 항공 산업(주) 사옥 옆에 위치한 항공우주 박물관은 1990년대 말에 생긴 신생 박물관으로 과거 여의도 안보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던 전시물의 일부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전시물이 합쳐져 생겨난 군사관련 박물관으로, 전반적인 전시물의 수준은 미미하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 전시물 몇점이 포함되어 있어 전문가들에게는 나름대로의 관심을 끄는 장소다.
이른 아침부터 세명의 시커먼 사내들이 박물관 앞에 나타나자 매점 아주머니가 신기한듯 물어온다.
"여기 박물관 보러 왔쓰예?"
내려오며 우리끼리 했던 "아마 서울에서 사천까지 탱크 한대 보러 내려가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을꺼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질문이 아닌가.
세 남자의 삼일간 남해 여행기는 계속됩니다.


삼청동에서 가을은 달력속의 날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북악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이는 나무들은 물론이고 가로수인 은행나무는 살짜기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어김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리의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오래된 기와지붕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너무나 정겹게 어우러진다.
아울러 집집마다 조그맣게 가꾸어 놓은 화분이나 화단의 꽃들도 가을 정취를 더하는 재치꾸러기들이다.

그런데 요며칠 사이 이 담벼락에 액자가 설치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사연과 마음이 담긴 낙서에 포인트를 심는 액자 하나만으로 이 낙서들은 모두 미술품이자 그림이 되어버린다.
거리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 멋진 전시는 평소 이곳을 오가며 생각에 그쳤던 내 평소 구상과 바램을 실천에 옮겨주었다는 점에서 전시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매콤하고 달콤한 닭볶음탕 생각이 나기도 하고 말이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양재를 벗어나 성남방향으로 달리다가 문득 이와같은 일을 예전에도 겪은 듯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다녀온뒤 확인을 해보니 정확히 1년전에 완벽하게 같은 과정과 이유, 코스로 남한산성을 다녀온 일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일부러 계획을 잡은 것은 아닌데 놀랍게도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과정으로 같은 장소를 찾는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날고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손오공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확히 1년전 밤에 사진을 찍었던 그 장소입니다.
수백년을 버틴 산성의 성벽은 그옛날 이곳에서 벌어진 역사의 치욕을 뒤로한채 굳건히 서있습니다.
활활타는 단풍잎이 마치 넘실대는 불꽃처럼 보입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의 색은 그림을 그리는 절 절망케 만듭니다.
이제 단풍이 저물고 나면 코끝이 시린 겨울이 다가오겠죠.

이번에는 낮이라서 같은 장소이지만 느낌이 다르네요.

왠지 그까짓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순도 100%의 원색들을 칠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무신론자인 저 조차도 하늘님의 예술적 감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절묘하고도 놀라운 색채의 향연에 눈앞이 아득해 집니다.

겨울은 내게 또 어떤 얼굴로 찾아올지, 어떤 풍경과 어떤 생각을 던져주게 될지 은근한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미국 TV드라마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
3. THE UNIT 시즌3
4. 바이오닉 우먼
5. 스타게이트 아틀란티스 시즌4
6. 닥터 하우스 시즌4
7. 더 쉴드 시즌6
8. LIFE
내 또래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전격Z작전, 에어울프, 맥가이버, 초원의 집, V같은 수많은 걸작 드라마들이 모두 미국 드라마였기에 요즘의 소위 '미드열풍'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SERANG WORLD에서도 미국 드라마 이야기가 종종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현재 내가 열심히 보고 있는 방영중인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한번 내려보고자 한다.

1. HEROES 시즌2
시즌 땜빵용으로 등장했던 히어로스는 예상외의 인기를 누리며 시즌2가 나오기에 이르렀는데, 비슷한 장르인 4400이 그랬듯 왠지 시즌2로 넘어와서 힘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시즌1이 캐릭터 소개및 떡밥 던져놓기였다면 시즌2에서는 그것을 좀 걷어 들여야 하는데 여전히 핵심을 놔둔채 겉도는 느낌. 능력이 겹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면서 시즌1때의 신선함이 줄어든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볼만한 드라마중의 하나다.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해져버린 프리즌 브레이크는 시즌3로 넘어오면서 고유의 긴박감을 잃지 않는 것 까지는 좋은데, 역시 최근 미국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거대 음모설의 실체를 보여주는데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새라 텐크레디 박사가 죽어버리고 전편의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액스트라로 전락해버리고 나니 지나치게 마이클 스코필드와 링컨에게만 촛점이 맞춰지며 잔재미가 떨어져 버린 것.
'시간 끌기'로는 결코 재미를 늘일 수 없다는 법칙은 한국 드라마에만 적용되는 공식은 아닌 모양이다.

미 육군 델타포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유닛'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액션과 밀리터리물을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은근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매니악한 드라마다.
24시리즈가 하루에 일어나는 일을 시간대별로 그리고 있는 반면, 유닛은 매회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한편 한편 봐나가는 맛도 있어서 좋다.
특히 TV드라마로는 상당히 스케일이 크고 최신 군사장비와 복장, 전술이 등장하며 고증도 충실해서 군사드라마로써 갖추어야할 기본기가 튼튼하다는 점이 강점.
듬직한데다가 리더쉽과 유머를 갖춘 조나스 블레인 상사역의 '전직 팔머 대통령님'을 비롯해서 캐릭터가 분명한 조연들 덕분에 극적인 재미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외화들중 '600만불의 사나이'와 쌍벽을 이룬 '소머즈'의 리메이크 작.
원작이 주는 아련한 환타지와 재미에 방영전부터 큰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
주인공은 이미지가 어울리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왠지 성숙한 여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소머즈의 '지적이면서도 강력하고 섹시한' 복합매력을 찾아보기 힘들고 어설픈 와이어 액션과 블레이드 런너를 연상케 하는 빗속의 옥상 결투 정도로는 요즘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꾸준히 보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6화까지 봤지만 볼 수록 잠이 쏟아지는 함량미달이다.
차라리 '원더우먼'을 리메이크 하는 것이 백배쯤 나았을 것 같다.

미국 SiFi채널의 스테디 셀러인 스타게이트 시리즈는 이미 방영된 10개 시즌의 SG-1에 이어 아틀란티스 시리즈가 전개되고 있다.
애초에 영화로 먼저 등장했던 스타게이트는 정작 스크린에서는 대박을 터트리진 못했지만, 골수팬들에 의해 TV시리즈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고대문명을 빙자해 이집트와 그리스, 몽골등 다양한 문명들을 보여준 SG-1에 이어 전설속의 아틀란티스를 찾아나선 새로운 시리즈는 무대가 완전히 우주로 바뀌게 된다.
첨단 그래픽은 TV시리즈라는 점을 잊게 만들 정도로 우주공간과 아틀란티스를 멋지게 재현하고 종종 등장하는 전투장면 역시 보는 재미가 있다.
현재 아틀란티스 시즌4가 진행중이며 장장 10여개 시즌에 달하는 SG-1을 보지않고 바로 아틀란티스부터 봐도 큰 무리가 없는 이야기 전개도 좋다.

목발을 짚고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 음담패설과 뒷통수 치기를 즐기며 향정신성 약품인 바이코딘에 쩔어사는 우리 하박사님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국드라마의 캐릭터다.
CSI처럼 과장되거나 허황되지 않으면서도 매회 놀라운 직관력으로 환자의 병을 쫒아가는 하박사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캐릭터, 전문지식, 인생관, 그리고 적절하게 삽입되는 OST까지 가장 완벽한 TV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시즌4에 와서는 이전까지 극을 팽팽하게 끌어오던 세명의 '조무래기들'을 주변인물로 전락시키는 대신 테스팅을 가장하여 새로운 조연들을 심어보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이는데, 과연 어떤 인물이 마지막까지 하우스의 '새로운 조무래기들'로 남게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하여간 못되먹은 하박사님과 귀여울 정도로 멍청한 윌슨, 그리고 Sexy Bomb인 닥터 커디의 끝없는 질주는 계속된다.

6개의 시즌이 말해주듯 은근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경찰관련 드라마인 더 쉴드는 '경찰배지'를 뜻하는 제목처럼 '경찰'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과연 경찰은 법의 수호자이자 민중의 지팡이인지,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악인지, 과연 인간의 본성은 무엇이고 돈의 유혹앞에 우린 얼마나 꿋꿋할 수 있는지등을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무거운 드라마이지만, 매회 벌어지는 사건과 주인공인 형사 '빅 맥키'를 위시한 그의 일당들이 벌이는 과감하고도 황당한 활극에 빠져있노라면 어느새 한 시즌을 다 봐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괜찮은 드라마다.
매번 볼때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경찰배지를 암울한 이미지와 오버랩시켜놓은 타이틀이 참 잘만들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참,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판타스틱4' 시리즈에서 바위인간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보면 더 재미있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라이프'는 닥터 하우스에 이어 가장 주목할만한 드라마중의 하나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2년간 감옥살이를 했다가 풀려난 한 경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라이프는 HBO의 걸작 전쟁 드라마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주인공이었던 윈터스 대위역의 '데미안 루이스'가 주인공을 맏은 드라마다.
평범했던 전형적인 경찰이 감옥생활을 통해 놀라운 집중력과 통찰력을 갖게 되고, 아울러 '선' 사상에 빠지고 과일을 좋아하는, 약간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미안 루이스는 마치 닥터 하우스의 휴 로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복잡하면서도 다중적인 인물의 성격을 멋지게 연기할분만 아니라 외모에서도 어딘가 하박사님의 젊은 시절같은 느낌이 풍긴다.
매회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는 한편, 자신이 감옥에 가게 되었던 12년전의 사건을 다시 추적해 나가는 이중구조로 극의 흐름이 펼쳐지며,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어딘가 한군데가 모자라거나 문제가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점등으로 보아 작품 전반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연기자는 물론이고 극의 전개와 스토리, 영상과 연출 모두 상당히 좋은 수작이 나올 것 같다.


그동안 사용해오던 메인 OS시스템인 Mac OS 10.4 Tiger를 버리고 레오파드로 갈아탔다.
대대로 고양이과 맹수의 이름을 OS의 명칭으로 사용중인 애플의 최신작답게 많은 신기술과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에 둔 인터페이스가 돋보이는 운영체제다.
이제 막 출시가 된 터라 종종 버그도 보이고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들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예전의 전례를 보건데 곧 애플에서 업데이트를 내놓을 것이고 프로그램 제조사들도 새 OS의 신기술들을 지원하는 업데이트 버전을 선보일테니 별 걱정꺼리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인더 상에서 각종 파일들의 미리보기 기능이 강화된 Quick Look이 제일 반갑다.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파일들 중에서 내가 필요한 딱 하나의 파일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일인데, 효율적인 파인더의 구조 + 커버플로우 + 퀵룩 + 스폿 라이트의 조합은 어떤 파일이라도 손쉽게 한방에 찾아 낼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다만, 내 경우만 그런지 모르지만 타이거에서 막강한 성능을 발휘했던 스폿 라이트가 레오파드에 와서는 어째 좀 비실거리는 느낌이다.
분명히 존재하는 .plist같은 시스템 파일들을 하나도 검색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지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나도 평소 쓰던 어플 몇개가 안되어서 처음엔 당황했는데, 곰곰히 생각하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1. 설치전에 유틸리티 폴더의 디스크 유틸리티로 권한 검사/복구를 한번 해준다.
만일 어플리케이션 언핸서를 사용중인 분들은 반드시 언인스톨 하고 설치준비에 들어간다.
2. 설치는 완전히 밀고 새로 설치하는 것이나 업그레이드 설치나 별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업그레이드 설치가 아무래도 편하겠죠?
3. 일단 설치후 권한 검사/복구를 한번 더 해준다. 디스크 유틸리티의 속도가 느려졌는데, 그래도 기다리면 다 된다.
4. 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한다.
5. 어플들을 테스트 한다.
안되는 것이 있다면 먼저 라이브러리> 해당 어플의 .plist 파일을 버리고 다시 실행해본다. 그래도 안되거든 해당 프로그램을 재설치하면 대부분 정상 작동한다.
그래도 안되면 해당 어플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업데이트 정보와 레오파드 호환여부를 확인한다.

간혹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너무 쉽게 보곤 한다.
아직까진 제대로 들어가 볼 수도 없는 바다는 둘째로 치더라도, 저 하늘은 우리가 도저히 상상치 못하는 형태와 표정과 반응을 보여주곤 한다.
20시간이 넘는 긴 비행을 자다 깨다하며 반죽음이 되었을때 이 광경을 보았는데, 순간 비행중이라는 생각도 잊고 저 폭신한 구름위를 걷고싶다는 충동이 맹렬하게 일었다.
날짜변경선 부근이라서 앞쪽은 푸른 하늘이 펼쳐진 대낮이지만, 뒷쪽은 캄캄한 밤인 우주적인 풍경...
2003년 9월의 기억이다.

할로윈은 유럽의 풍속이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문화임은 틀림없지만, 지나치게 근엄하고 딱딱한 한국의 사회규범 속에서 하루쯤 그 통념을 깨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문화다.
할로윈 코스튬을 하고 동네를 다닌다면 '미친놈' 소리를 듣기 딱 좋겠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이나 홍대 클럽 골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할로윈을 맞아 브랜든 리(이소룡의 아들)의 유작이자 진정한 컬트무비 중의 하나이고 내가 무한의 애정으로 좋아하는 영화 The Crow의 코스튬을 재현해봤다.
원래대로라면 머리도 길고 얼굴도 하얗게 칠하고 입술도 검은 색으로 칠해야 하지만, 입술은 칠한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지웠고 얼굴의 흰색 칠은 화장품이 없어서 포기했다.
절반의 완성이긴 하지만 할로윈을 즐기는데에는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The Crow2에 나오는 롱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검은색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을 재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Happy Halloween!

한달전에 의뢰받은 모형제작건을 위해 그동안 수차례의 미팅끝에 오늘 최종 PT를 마쳤다.
주사위는 이제 던져졌고 Go!냐 Stop!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을 따서 제작에 들어간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일의 난이도때문에 걱정이고, 일이 성사되지 않아도 걱정이다.
최종 PT의 반응이 제법 좋았다는 점이 위안이 되긴하지만 밤새 키노트로 PT자료 만들고 PT 마치고 들어오니 빨간 토끼눈의 쌩뚱맞은 몰골이 거울 속에서 날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죽음같은 잠에 빠져봐야겠다.